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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아빠 찐계란 열두개를 한번에 다 먹었어?

"아빠~ 찐계란 열두개를 어떻게 다 먹었어?"

"응,맛있게 다 먹었지~"

 

그제밤 공장일을 마치고 밤12시가 다돼서 집으로 들어가니

저녁을 좀 이른시간에 먹어서인지 갑자기 시장기가 돈다.

 

주방에 뭔가 먹을게 없을까 두리번 거리지만 평소에 잘 보이던 라면도 없고

냉장고를 열어봐도 귤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귤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지라 내 선택을 받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그 시간에 밥을 먹는다는건 좀 그렇고..

 

냉장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내눈을 동그랗게 만든건 계란들.

며칠전 아내가 마트 다녀오더니 계란 넣는 칸을 가득 채웠나보다.

 

 

난 계란을 쪄 먹기로 결정하고 냄비에 물을 담고 계란을 넣고 있는데

잠자리에 들려던 딸 아이가 "아빠~ 뭐해?" 묻는다.

 

"응,아빠 배고파서 계란 쪄 먹으려고..'

"왜? 너도 먹을래?"

 

"나도 먹고는 싶은데..."

'지금 잠자야 하니까. 내일 먹게 한개만 남겨놔~"

"응,알았어~ 공주님 내일봐요~"

 

아직 잠들지않고 누워서 책보고 있던 아들에게

"아들~ 너 찐계란 먹을래? 물으니
"아니오~ 저는 됐어요~"

 

 

그렇게 아이들은  꿈나라 여행을 떠났고,

나는 아내가 알려준대로 정확히 12분동안 끓인후 완숙 찐계란을 만들어냈다.

 

계란을 용기에 담고 음료수 하나 준비한후 볶은 왕소금 찍어가며 한개 한개 까먹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찐계란을 좋아하는 나는 보통 열개 정도는 앉은자리에서 바로 먹는다.

 

 

그런데 그날따라 열개를 먹었음에도 뭔가 2% 부족한듯 아쉬움이 남는다.

딸 아이가 한개 남겨놓으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결국 난 다 먹고 말았다.

열두개를 다 먹고 나서야 포만감이 찾아왔고, 이제야 살것 같다. 

 

그나저나 딸 아이에게는 뭐라 해야하나?

남기라고 했는데 다 먹어버렸으니...ㅠㅠ

 

아침에 늦잠자고 일어난 딸 아이가 눈뜨자마자 "아빠~ 계란 남았어?"

"미안해~ 지나야.. 아빠가 다 먹어버렸어~"

 

"내가 그럴줄 알았어~ 아빠가 다 먹을것 같았어~"

"괜찮아~ 난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아빠~ 찐계란 열두개를 어떻게 다 먹었어?"

"정말 아빠는 찐 계란을 너무 좋아하는거 같애."

 

"응.... 아빠 어릴때 너무 못먹어서 그런가봐~"

 

사실 어릴적 집에서 찐계란을 먹는다는 자체가 어려운 시기였다.

간혹 여행이나 명절때 시골을 가기위해 기차를 타야지만 한번 먹어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좁은 기차안 통로로 홍익매점이라는 상호가 붙은 손 수레가 지나갈때면

아빠는 늘 망으로 감싼 찐계란 한줄 사서 함께  굵은 소금에 찍어 먹었던 추억이... 

 

그리고 마주한 좌석에 노인이나 아이라도 있으면

찐 계란 하나 건네며 서로 나눠먹던 그런 시절이었다.

찐계란 하나에 정을담아 서로 나누며 지내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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