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 에서 멀지않은곳에 평소 친근하게 지내는 마을 후배 부모님이 사십니다.
70넘은 마을 어르신이지만 지금도 현장에서 일을 하시는 정정하신 분들입니다.
하루는 한손에 낫을들고
다른한손엔 자루를 들고 바삐 제 집앞을 지나치시길래.
인사 드릴겸해서 가던길 붙잡으니
잠시 운동겸해서 산에 다녀오실거라는 말씀만 남기고 가던길 재촉 하더군요.
ㅎㅎ 아마도 요즘 나오는 취나물이나 산두릅을 따러 집 뒷산에 가시나봅니다.
제 집 뒤에는 아담한 야산이 하나 있습니다.
자주 오르진 않지만 가끔 두릅이나 고사리 꺽으러 매년 맘때쯤 한두번 가본적이 있는 산입니다.
어르신 부부는 저보다 일년여 늦게 마을에 들어오셨지만
강원도 산골에서 사셨던탓인지 수시로 산을 자주 찾으셨고
지금은 손금보듯 훤하게 지형 지물을 꿰차고 있답니다.
가끔 이맘때쯤 어르신들 계실때 산을 오를라치면
유심히 저희들 부부를 바라보시곤 했죠.
어르신들은 나물이나 두릅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장소를 알고 있기에
혹시 그곳엘 가지않을까 걱정을 하시는거죠.
저희도 눈치는 있죠..
그럴때면 산밑에서 서성거리며 진달래나 철쭉 몇가지 꺽어서 내려오곤 한답니다.
어르신들 마음을 안정 시키기 위함이죠.
사실 저희 부부도 처음 이곳에 정착했을때 고사리나 취나물,그리고 두릅이 많이 보이는 장소를 찜해놨었죠.
허나 산속의 그것들은 먼저 꺽어가는사람이 임자 아니겠습니까.
간혹 마을 안쪽에 사시는 분들도 다녀가는곳 이기도해서
저희 부부는 군락지가 아닌 다른 쪽에서 산속에 더러 보이는 약간의 양만 채취하곤하죠.
경쟁이 심하다보니 마을분들끼리 서로먼저 채취하기위해서
아직은 어린 나물류나 두릅을 채취하기까지에 이른것이지요.
뺏길바에야 어린싹을 채취하게 되는 지경이 되버렸지요.
아마도 시골지역에서는 흔하게 보는 현상일겁니다.
어제 마을후배가 찾아와 커피한잔 나누며 물어봤죠.
혹시 집 뒤편 야산에 두릅 군락지가 있다는데 아느냐고.
부모님이 하루걸러 산에 오르신다는데 위치가 어디인지 물어도
도대체 알려주지 않으신다고 답을 하더라고요.
아들에게 알려주면 다른사람 귀에 들어갈것 같다고 말씀을 하지 않으신답니다.
"그곳은 내 보물창고다"라며 덧붙여 말씀 하신답니다.
그렇습니다.
나물이나 두릅을 누군가에게 뺏기지않으려 하는것이 아니라
나만의 보물창고가 있다는게 마음 한편에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 주는것입니다.
계절마다 산이 선사해주는 보물들을
다른사람들은 전혀 모르는,나만의 보물창고에서 꺼내오는 재미가 있는것입니다.
이제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헤아려 뒷산이 아닌 다른곳으로 다녀볼까 합니다..
이곳은 산이 많은곳이니까요...
저도 보물창고 하나 만들어 보렵니다.
여러분들도 나만의 보물창고 하나쯤은 만들어 보심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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