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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장인 어르신께.. 부치지못한 편지.

건전한 view 추천문화를 위해 방문추천을 권장 합니다.

 

지금 들녘엔 농사준비하는 농부들과 아낙네들로 분주해져만 갑니다.

 

그간 편히 지내셨는지요?

 

아버님을 떠나보낸지 벌써 두해가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지난주 일요일에 괴산 처가를 다녀왔습니다.

 

 "둘째사위 왔나" 말씀하시며 늘 반갑게 맞이해주시던 아버님이 보이지 않으시더라고요.

늘 저희들 마음속에 살아 숨쉬고 계시기에 아버님의 빈 자리를 미처 몰랐나 봅니다.

 

 어머님이 처남댁 병간호로 서울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돌보지못해서인지

집 앞마당이 풀밭이 되어버렸네요.

 

더군다나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않은까닭에

그 비옥했던 농토가 온통 풀밭이 되어있었습니다.

 

마을 그 어느곳도 이렇듯 풀밭인곳은 찾아볼수가 없었습니다.

 

안타깝고 비통하기까지 합니다.

아직은 아버님을 떠나보내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였는데 말입니다.

아버님의 손길이 닿지못하는 시간동안 너무도 오랫동안 버려진 그 예전의 비옥했던 농토가

저희들 마음처럼 아버님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아버님을 대신할수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 금할길이 없네요.

 

매사  적극적이고 부지런하셨던 아버님.

정계를 떠나 농사를 지으신이후 매년 써내려오시던

농사일지도 어디에 있는지 찾을길이 없습니다.

수십년간 매일매일 일기로 기록된 일지에는

아버님의 땀과 열정,그리고 무엇보다도 땅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가족중 누군가가 아버님 가시는 길에 함께 보냈나봅니다.

 

제가 9년전 이곳 안성 시골마을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조그만 텃밭을 가꾼다 하였을때 당신이 직접 써내려간 농사일지를 제게 보여주며,

초보는 무조건 기록하면서 하나,둘씩 배워나가야한다던 말씀이 지금도 귓전에 들려오는듯 합니다.

제게는 쉽지않은 과제로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겨울이면 어머님과 함께 이곳 안성에 오셔서 공장일도 도와주시고

아이들에게 좋은 할아버지로 놀아주셨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 합니다.

텃밭에서 수확한  왕고구마를 손녀얼굴에 맞대고 기뻐하셨던 일들도.... 

 

병환으로 인해 여러번 고비가 있었음에도 늘 둘째딸과 사위를 찾아주신 아버님께

더이상 효도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다시금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그제는 어버이 날이였습니다.

지척에 있었음에도 직접 꽃을 달아드린기억이 없기에 너무 속상합니다.

매번 전화로만 인사드리고 용돈만 보내드렸던 기억에 너무나 죄송한마음 금할길이 없네요.

 

왜 이제서야 후회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늦게나마 철이 조금 드는것 같습니다.

계실때는 느끼지 못했던 그 무언가가 지금은 큰 무게로 다가오는듯합니다.

 

아버님 둘째 사위가 약속 한가지 하겠습니다.

 

아버님이 떠난 빈자리를 이 둘째 사위가 있는힘을다해 대신하겠다는 약속을...

저 믿으시죠?

늘 부지런하다고 칭찬많이 해주신 둘째 사위를..

 

어머님이 조금 늦게 아버님 곁으로 가더라도 혼내지 말아주세요.

아버님께 못한 효도 어머님께 몰아서 할 심산이니까요..

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아버님 사랑 했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영원히 우리들 가슴속에서.....

 

지금은 풀밭으로 초라하게 되어버린 농토가  

다시금 온갖 곡식들로 가득채워질 모습을 그리며 두서없는 글 줄입니다.

 

장인어르신이야말로 땅을 사랑하신 진정한 농군이자

이 시대의 큰 사랑을 실천하신 아버지이셨습니다.

 

영면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