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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딸의 잃어버린 어린이 날.

건전한 view 추천문화를 위해 방문추천을 권장 합니다.

 

 제게는 고등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있습니다.

어린이날이라고 특별히 챙겨준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촌이 고향인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4월 말부터 5월 초순경은 밭에 각종모종과 씨앗을 뿌리는

농사짓기에 최적기인 기간입니다.

 

제 처가는 충북의 청정지역인 괴산입니다.

최근까지 논농사와 고추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가이지요.

농사라는것이 심을시기와 수확 시기에따라

농가소득이 크게 좌우됨은 따로 설명 드릴필요 없을듯 합니다.

 

청결고추로 유명한 괴산이기에

제 처가 역시도 비교적 많은 면적의 밭에 고추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제 처가동네는 5월 초순에 고추모종을 밭에 심는답니다.

그 시기에 심을때 품질이 가장 좋게 나오기에 대부분 마을분들이 5월 초순경에 심는답니다.

 

마을엔 젊은사람들 죄다 빠져나가고 실지로 농사지을 분들은 연로하신 어르신들뿐이지요.

그러니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같은시기에 고추농사를 준비하다보니 서로 일손을 구할수가 없는것입니다.

 집안 식구들을 총 동원해서 고추 모종을 심어야 된답니다.

 

 처갓집 역시도 그러하기에 오래전에 가족회의를 통해 모든 형제가 모일수 있는날을 결정하는 회의를 했고,

의견이 모아진 결과가  매년  5월 5일 어린이 날입니다.

어린이날 형제가 모두 모이는것도 나름 의미가 있었으니까요.

때문에 가족만의 어린이날은 없어지는 셈이죠.

 

저희 부부 역시  신혼초부터 최근까지 매년 아이들과 처가에서 어린이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형제자매 사촌간 함께 맞는 어린이날도 의미는 있겠지요.

다만 내 아이들 ,내가족만의 이벤트를 가질수 없기에 늘 아쉬운점이 있었답니다.

 

3년전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는 농사가 많이 줄었지만

혼자되신 장모님 역시 농사밖에 모르시기에 농촌에 머무르며

규모만 줄여서 농사일을 계속 하시고 계십니다..

 

지금은 어머님 혼자서는 고추농사가 벅차기에 고추농사는 그만두고 

생활비라도 버는 마음으로 비교적 손이 덜가는 옥수수 농사를 짓고 계시죠. 

 

 저희집이 괴산 처가와 가깝기에  평소에도 다른 형제들보다는 자주 찾아뵙고

일거리가 있으면 찾아서 해드리곤 했는데.

내일 어린이 날에도 처가에서 지내야만 할것 같습니다.

 

어머님과 제 가족이  4월 말경에 옥수수 파종을 하려했던 계획이 집안에 문제가 생겨

부득이하게 어린이날로 변경할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것도 어머님 없이 제 가족만..

잠시 다니러간 서울 처남댁에 일이생겨 어머님이 내려오지 못하게 됐거든요.

 

어린이날은 항상 외가집 가는날로 알고있는 애들에게

이번 어린이날은 가족 모두 놀이동산 가자고 약속했었는데.

다시금 거짓 약속이 돼버렸네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어린이날로 기억될 6학년 딸아이에게 제일 미안 하네요.

놀이동산대신 외활머니댁에 가야한다고 말하면 실망이 클텐데 말입니다.

아직 말도 못했는데.......

 

딸의 잃어버린 어린이날을 대신해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고민좀 해봐야겠습니다.

 

한가지 자신할수있는건

우리 아이들이 비록 잠깐의 실망감은 느끼겠지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가족이 힘께 있는 외가에서의 시간이

그 어느때보다  더 의미있는 시간이었음을 자랑스러워 할거란 사실입니다.

 

아이들 역시도 가족이 모두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행복임을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