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처가 or 애처가

마트 계산대 앞에서 좌절하는 공처가.

episode 5.

마트 계산대에서 하나하나 사라지는 내 유물들..

난 결국 공처가인가?...

 

 

마트에서 아내와 쇼핑중이다.

 

대개 마트에서 애처가와 공처가의 윤곽이 드러난다.

 

카트를 밀며 아내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졸졸 따라다니는 부류가 있다.

아내가 넣는 물품을 그저 받을뿐 눈은 스마트폰에 쏠려있다.

전형적인 공처가이다.

 

반면 카트를 사람들이 한산한곳에 고정시켜놓고

아내를 줄곳 응시하며,

아내가 뭔가를 집어들면 달려가서 건네받고 카트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그러고는 다시 아내의 쇼핑 모습을 바라본다.

이것이 애처가의 모습이다.

(내맘대로 생각이니 딴지 걸기 없기.)

 

이제 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나름 양처가를 자처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애처가와 공처가 사이에서 방황하는 일이 많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쇼핑을 한다.

평소 필요로하는 물품들을 아내와 따로 다니며 사게된다.

 

아내는 식품류등 반찬거리 사느라 여념이 없다..

 

이윽고 서로의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에서 아내와 마주하고

물품 하나하나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다..

마누라 눈치를 살 살 살피며..

 

계산대 위에서 울리는 소리 삐~  1.5v 건전지 한꾸러미..

순간 와이프의 일갈이 계산원에게 전해진다.

 

"언니 이건 빼주세요..사지 않을께요."

그러고는 나에게 한마디, "필요한 만큼만 사"

"그리고 아직 집에 남은거 있잖아~~"

"그래 다음에 사지 뭐..."

 

삐~ 라면 5개들이 한봉지...

"언니 이것도 빼주세요."

 또다시 나에게 "라면은 안된다고 했지?"

헐~이다.

 

어쩔수 없는 노릇... "그래 알았어. 안사면되지..."

계산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죄송한데 라면도 뺄께요."

 

삐`삐~과자 봉지들..

 순간 난 와이프 눈치를 살핀다.

 

아니나다를까..

아내가 나에게 전하는 말.

"하나만 사. 어른이 무슨 군것질을 그렇게 많이하냐?"

정말 먹고싶은 과자 많은데...

술도 못먹는 내가 과자값으로 얼마나 쓴다고...

결국 꿀 꽈배기 한개 남기고 반납.....

계산원만 괜한 수고 하셨다.그날 진심으로 미안했다는 말 전합니다.

 

아~~ 그 뒤로도 내가 고른 물건들의 대부분은 그렇게 계산대를 넘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은 우스워 죽으려 한다..

공처가의 말로를 보는듯...

내 맘도 몰라주고....

 

예전에 애들하고 계산대에서 씨름 하던 기억이 난다.

애들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다..

나도 애들에게 그래왔던게 미안하다.

 

이런 일상들이 순간 서운함은 주겠지만

결국 내 건강을 챙기고 ,과소비 지출을 자제하기에 아내가 고마울 뿐이다.

 

결국 빈손이지만 마음만은 쾌청하다...

 

아내의 알뜰함은 나를 공처가로 만드는데 충분하다...ㅎ

마트에서만큼은 계속 공처가이기를 자청한다..

 

 

* 마트 계산대에 대한 단상( 想) 하나더~~*

 마트에서 물건 살때는 무조건 아내에게 물어보고 사라.

  그러지 않으면 가끔 쪽 팔릴때가 있다.

카트사진출처---아기라's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