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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불꺼진 주유소에서 날 기다려준 고마운 분.

"여보~ 왜 그랬어?"

"아침 8시에 읍내 주유소 문 열면 사오면 될껄~"

 

넘쳐나는 일거리로 바쁘기만 한 요즘이다.

하루종일 공장 일에 매달려 있다보니  미리 점검해야할 사항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어제도 공장일은 새벽으로 이어지고 마무리가 된 시간이 새벽 3시.

씻으려 보일러 조절기 온수를 누르려는데

경고등이 깜박거리고 있다.

 

이건 필시 보일러 기름탱크에 기름이 없다는 표시.

보일러 실에 가서보니 예상대로다.

 

이 시간에 심야영업중인 주유소를 찾아봐야 하는데...

 

그냥 잘까 생각도 했지만 아침에 온수를 사용해야하는 아이들과 아내,

무엇보다 감기기운이 있는 아내가 걱정이다,

난방이 되지않으면 감기가 더 심해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난 다시 주섬 주섬 옷을 걸치고 일단 국도변으로 나갔다.

대부분 주유소는 불이 꺼져 있었고 10여 km를 달렸을까.

영업중인 주유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난 반가운 마음에 주유소로 들어갔고 차안에서 기름통을 꺼내 등유 주유기앞에 놓아두고

사무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잠이들어있는 직원분을 깨웠다.

 

"여기 등유 좀 사러왔는데요..."

잠에서 깬 직원분이 "우리는 등유 취급 하지 않는데요.." 라고 한다.

 

민가가 드문 국도변이라 보일러 등유는 취급을 하지 않는다 한다.

 

할수없이 다시 차를몰고 인근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근처로 가봤지만

지방이라 그런지 그곳도 불은 꺼져 있다.

 

그대로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다시 방향을 바꿔 국도변으로 한참을 달리다가 발견한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주유소.

 

 

반가움에 급히 들어가 등유를 판매하냐고 물으니,  '네~ 얼마나 드릴까요?"

난 차안에서 기름통을 꺼내려했지만 이게 웬일....

있어야할 기름통이 보이질 않는다.

 

아~~ 아까전에 들렀던 그곳 주유소에 내려놓고 온것이다.

 

"혹시 기름통도 판매 하나요?"

"저희는 없는데요.."

 

"제가 기름통을 다른곳에 놓고 와서 다시 가져와야 하는데.."

"저도 이제 그만 주유소 영업 끝내야하는 시간인데요.."

 

아~~ 왕복 30km는 족히 될텐데...ㅠㅠ

 

"잠시 기다려 주실수 있나요?"

"얼마나 걸리죠?

"한 20분정도 걸릴텐데요..."

"네~ 다녀오세요.."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다시 열심히 달려 놓고온 기름통를 회수하고 다시 돌아오니 웬걸 주유소 간판의 불이 꺼져 있다.

 

"이런 ... 내가 너무 늦어서 그냥 들어가셨나?"

'앗~ 그런데 희미한 불빛이 켜져있는 사무실안에 직원분 모습이 보인다.

 

문을 두드리니 싱긋 웃으며 나오면서 하시는말..

 

"다시 오실것 같아서 기다렸습니다"

"아~~ 정말 고맙습니다.."

 

지나가다 들어온 못보던 손님.

모른체 하고 문을 닫아버려도 할말이 없는상황인데...

다시 온다고는 했지만 어쩌면 오지 않을수도 있는,그것도 등유 한통 사러온 손님을 기다려준다는게

여간 고마운일이 아닐수 없다.

 

그렇게 어렵게 20리터짜리 기름통에 등유를 가득 채우고 집에 들어오니 시계는 4시를 가리키고 있다.

근 한시간을 헤메고 다녔던 것이다.

 

그 고마운 주유소 직원분 덕분에 아내와 아이들은 따뜻한 온수에 몸을 씻고

학교와 직장에 출근할수 있었다.

 

 

 

난방 온도를 좀더 높여서인지 아내의 감기 기운도 사라져 버린듯...내 기분이겠지만서두..ㅎㅎ

 

아침에 사와도 될껄,

야심한 새벽에 그렇게까지 해야했느냐는 아내말에

"여보~ 난 우리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잖아."

"가장으로서 이정도는 해야 믿음직 하지 않겠어?"

 

다시한번 새벽에 만났던 그 주유소 직원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빠는 엄마보다 능력이 더 있는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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