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터울인 아내는 나를 부르는 호칭이 몇가지가 있다.
편하게 부를땐 애들 이름을 붙인 "지나 아빠",
화가 나서 정색을 하고 부를땐 "박 대규씨",
그리고 한가지 더 "자기야~"
그중에 자기야라는 호칭은
아내가 내게 뭔가를 주문하는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예를들면,
자기야 이것좀 해줘~,
자기야 저것좀 해줘~,
자기야 이건 이렇게 해야지~.
그러면 나는 아내의 요구를 100% 충족 시키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기야~ 나 지금 수박 먹고 싶은데"
비록 한 겨울일지라도 수박를 구하기위해 농산물 중계인으로 변신.. ,
"자기야~~ 집 분위기 바꿀겸 집안 가구 옮겨보자" 라고 말하면
두말 안하고 나는 이삿짐 센터 직원으로 변신...
"자기야~ 잠깐 시내 볼일 보러 나갔다 올께"라고 말하면
난 그 순간부터 가사 도우미로 변신한다.
"자기야"로 시작하는 말 중에 가장 무서운건 자기야~ "나 이거 사줘~"이다.
"그래~~ 이 까짓것 내가 사줄께~~"라고 내가 응수하면
아내는 금새 "아니야 됐어..너무 비싼거 같아~"라며 망설인다.
돈 들어가는건 결국 아내의 결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그 무엇을 사주지 못하랴?
매달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 대출이자와 생활비 조차도 벅찰때가 있는데..
아직은 몸으로 때우는게 쉽다.ㅎㅎ
난 오늘도 아내의 자기야~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내를 위한 일을 할때가 나를 위해 일하는것보다 더 행복함이 그 이유이다.
멀리서 "자기야"라고 날 부르는 아내의 소리를 들으면
내심 이번엔 무슨 일일까? 궁금해 하며 나는 이내 대답을 한다.
네~~ 마님... 뭐든지 시켜만 주십쇼~~
제가 바로 이 험한 세상에서 당신을 지켜줄수 있는 단 한사람.
모든걸 이룰수 있는 도깨비 망망이를 들고 있는 당신의 남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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