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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처가 or 애처가

아내의 손때가 베어있는 전기 미싱,그리고 딸아이.

아내의 손가락이라도 다칠까 노심초사 함께 지샌 밤.

 

우리집에는 오래된 전기 미싱(재봉틀)이 하나 있다.

약 20여년전 아내와 결혼하고 첫 아이를 가지면서 구입했던 중고 재봉틀이다.

 

 

아이의 이불을 직접 만들어 주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구입했었다.

 

아내는 집에서 틈틈히 아이가 사용할 이불을 만들었고

거실이나 방안의 커튼들도 직접 만들며 일상의 작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그런 재봉틀이다.

 

아내가 어릴적 장모님이 재봉틀을 사용하실때 어깨너머로 본것이 재봉틀에 대한 전부이지만

재봉틀 사용법을 혼자 배우고 익히며 만들어왔다.

 

 

재봉틀 바늘에 손가락을 다치는 일도 있었고.

그럴때면 아내곁에 머물며 다치지 않도록 잔소리도 하며 지켜 보기도 한다.

 

둘째 아이가 태어날때에도 아내의 재봉틀은 멈추지 않았다.

 

하나라도 더 이쁜 이불과 옷들을 선물해주기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참 억척스럽기까지 했다는 생각이다.

 

시장에 나가면 이쁜 이불들,옷들도 많은데..ㅎㅎㅎ

그래도 그것들이 감히 아내의 손땀이 묻어있는 그것들과 비교자체를 할수는 없지만 말이다.

 

 

공장에서 사용할 토시도 만들어 주는등

봄철이면 새로운 마음으로 봄 단장을 하느라 열심히 돌아가던 재봉틀인데

어느덧 세월은 흘러가고 연륜이 쌓여서인지 재봉틀도 많이 지쳤는가보다.

 

여기저기 상처투성이 재봉틀의 밸트.

헤지고 부서지고... 이젠 더이상의 제 능력 발휘가 어렵다.

 

최근에도 잘 작동되던 재봉틀이기에 영문도 모르고 재봉틀을 만지다가

'여보~ 재봉틀이 이상해~"

살펴보니 밸트의 상태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벨트에 이상이 있다는걸 알고는 바로 부속품 판매점을 찾아 주문을 했다.

다행히 쉽게 부속(벨트)를 구입할수 있어 다시금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예전 나 어릴적에는 시집가는 딸들에게 친정엄마가 사용하던 재봉틀을

딸에게 물려주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었다.

그 재봉틀은 새로 들이는 장농들과 함께 그 집의 보물 1호가 된다.

 

ㅎㅎ 우리딸은 어떨지...

 

저렇게 개구장이로만 보이는데 엄마가 재봉틀 준다고 하면 가져간다고는 할까?

엄마가 재봉틀 만지는 모습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나도 엄마가 내게 만들어준 이불을 덮고 잤듯이

나도 내 아기가 생기면 덮고 잘 이불 만들어 줘야지라는 생각을 하게될까?

 

아직은 어리기만 한 딸이기에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않겠지만...

 

 

아이가 좀더 자라서 숙녀가 되고,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

지금 재봉틀앞에 앉아있는 아내의 자리에

웬지모르게 딸 아이가 앉아있을것 같은 그림이 그려진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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